그런거 잊을때도 한참 지났는데 어제 왜 그랬나 모르겠다
나도 내년이면 28살이고 일진이니 대가리니 하는거..
어제 동성로 준코에서 오랜만에 친구 두명이랑 만나서 버터 옥수수 그릴이랑
수박화채 기본 시켜서 소주 마시고 있는데 건너 테이블에 아무리봐도
낯익은 사람이 있는거라.. 그래서 화장실 가는척 하다가 슬쩍 자세히 봤는데
왜 학창시절 일진 중에.. 덩치나 키가 큰건 아닌데 그래도 잘생겼거나
깡이 있거나.. 아니믄 재밌는 놈이거나 그런 경우라서 일진이 됐고 같이
어울려다니는 일진이 있었을거야 무슨 말 하는지 알듯..
보통 그런 애들이 아래사람들 더 악랄하게 대하는 편인데 키나 덩치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인지.. 아무튼 그랬던 애 인데
10년 가까이 세월 지났어도 키는 별로 안컸더라.. 어쨋든 처음엔 별생각 없이
그때 그놈 이구나 하고 자리로 와서 내 친구들이랑 계속 술 마시는데
술이 한병 두병 들어갈수록 취기도 오르고 호승심도 오르면서 옛날에
그놈한테 롤케잌 사다바치고 연필 반듯하게 깍아서 필통에 넣어주고 하던..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는거야 결국은 3병째에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벌떡 일어나지더니 그놈 있는 테이블로 갔음.. 키도 나보다 작겠다 까짓거
싸움나면 하면 되지 하면서.. 그놈도 친구들인지 여자애들이랑 여러명 모여있길래
그래.. 여자들도 있는데 내가 이 새1끼 망신 주면 진짜 제대로 복수 하겠구나..
하면서 그놈 테이블로 딱 가서
야.. 이렇게 부른 다음에 걔가 나 올려다보는 순간에 그놈 앞에 있던
피처잔에 남아있는 맥주 걔 머리에 쏟아버렸음.. 전부 놀래서 입도 못떼는데
내가 최대한 무서운 표정 지으면서
야.. 최형규.. 내 지형이다 이지형.. 기억하나? 니 똥꼬 3년 빨아주고
니 등교 할때마다 폭죽 터뜨려줘야했던 버러지 새1끼.. 기억이나 하나?..
이랬는데 그 순간에.. 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와서 잠깐 말이 끊겼는데 그때 형규 이 놈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 어깨 감싸면서 진짜 너무 다정한 목소리로
지형이.. 당연히 알지 내 나이 이마이 먹고 옛날 생각하면 진짜 부끄러웠는데..
특히 니 떠오를때마다 내가 왜 그켓나 싶더라.. 동창회나 어디나
함 만나면 내가 그때 일들 진심으로 사과할라고 켓는데.. 마침 이래 됐네
지형이.. 내가 정말 미안했다 그때는 내가 니 보다 더 철없었다 아이가?
이러면서 나 토닥여주는거라.. 그놈이랑 같이 있던 여자들도 무슨 드라마
주인공 보듯이 형규 바라보고..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닌데 시발
그렇다고 맥주 처맞고도 웃으면서 사과 하는 사람을 내칠수도 없고
내가 눈물 흘리는거 술집 안에 사람들 다 봤고..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대충 웅얼웅얼 괜찮다.. 사과 받아준다.. 이러고 내 친구들쪽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술집 빠져나옴.. 술집 문 열고 나가는 순간에
형규 있는 테이블에서 와하하하하 꺄르르르륵.. 웃음 소리 터져나오던데
아.. 죽고싶다 사람들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람도 있던것 같던데..
술값 자기들이 냈고 우리는 지형이 니 다 이해한다고 어제 같이 있던 내 친구들
자꾸 문자 오고 하는데 이게 더 비참하다 내가 왜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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